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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자퇴하는 교대생 급증, 그 이유는 뭘까?

by start-with-y 2024.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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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육대학 가운데 전주교대의 자퇴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올해 1학기 전주교대 중도탈락학생은 12명, 모두 자퇴생들이었습니다. 전국 10개 교대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2학기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17명이 자퇴했습니다. 최근 6년새 중도탈락학생은 185명에 달합니다.

중등에 비해 초등 교사는 교대 입학하는게 힘들지, 막상 교대에 들어가고나면 초등 임용 시험을 거쳐 초등교사로 취업이 보장되어 인기였습니다. 특히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원하는 여학생들이 선호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정시 비중이 클수록 자퇴도 많아

교대 지원 인기도 시들해졌는데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정보포털을 보면 2024학년도 정시 최종 등록 신입생 상위 70%의 평균 합격선이 4등급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학령 인구 감소로 임용 인원이 크게 준 영향이 큽니다. 올해 전주교대 졸업생들의 임용 시험 합격률은 53.9%에 그쳤고, 합격 인원도 두 해 사이 11%나 줄었습니다. 여기에 서이초 교사 사망 등 교권 추락의 영향도 컸습니다. 악성 민원과 아동 학대에 대한 공포심이 예비 교사들에게도 적지않은 불안감을 안긴게 사실입니다. 또 정시 비중이 크다보니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은 아무래도 교직에 대한 희망과 열정이 수시에 비해서 낮은 것도 사실입니다. 점수대 맞춰 쓰다보니 반수를 통해 다른 대학 의대라든지 약대등 인기있는 대학에 진학하고자 다시 공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직은 아이들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야

 

흑백 요리사의 심사위원으로 화제를 몰고온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는 저서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에서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음식업을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교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들, 학생들을 좋아하고, 가르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교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단순히 방학이 있어 편하고, 안정적이라는 이유, 수능 점수에 맞춘다, 남들이 보기에 좋아보여서라는 생각으로 교직을 택한다면 교직 생활 내내 고민과 두려움, 불안함을 떨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20년 전 교직 임용시험에 도전하기 전에 한동안 주일학교 교사를 했습니다. 그때 학생들이 OO선생님 하고 불러주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 모릅니다. 또 직장 다닐 때는 인터넷 일본어 카페에 나가서 일본어를 친구들에게 가르치며 막연하게나마 교직의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등 임용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나서 2차면접을 앞두고도, 남들 같으면 학원이니 스터디니 공부할 시간에 저는 근처 사회복지관에 가서 한달 간 아이들 학습지도 봉사를 했습니다. 최종 합격소식을 듣고 마지막 봉사 날,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잠깐 복도로 나오라고 하더니 눈을 감으라고 하더군요. 눈을 감고 있으니 제 볼에 뽀뽀를 하며 작은 편지를 건네주었습니다. 편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훌륭한 선생님 되세요" 란 문구가 씌여 있었습니다. 그 날의 감동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첫 학교 발령을 앞두고도 날마다 시골 작은 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그 꿈이 이루어진걸까요? 놀랍게도 첫 학교는 전체 6학급의 작은 시골 고등학교였으니까요.

교사는 마술사 같은 존재

20년을 교직에 있어보니, 전 교사는 마술사가 되어야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술사는 끊임없이 마술을 생각하고 발전시킵니다. 마술은 수업과 평가의 다른 이름입니다. 매시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움직이고, 웃기고, 감동시킬지를 고민하는 걸 좋아해야합니다. 물론 제가 수업이 최고이고 평가의 달인인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10번 중에 7번은 수업에 좌절하고, 실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3번은 아이들의 공감을 얻고, 웃음을 주고, 배움과 성장을 일으킵니다. 저의 매직이 통하는 순간이죠. 아이들의 눈망울이 살아있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한 시간을 함께 했을 때의 만족감, 성취감은 교사를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이게 교직의 목표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벌려면 증권, 은행, 대기업에 근무하거나 의대, 약대를 가야하는게 맞습니다. 교직은 마술사가 되려는 마음으로 도전해야합니다. 물론 교직도 유튜버나 강연, 작가, 블로그 운영을 겸직하며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스타 교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열정만 있으면 말이죠.

교대 커리큘럼도 확인해야

또 교대에서 배울 4년간의 교육과정을 미리 살펴보고 지원해야합니다. 아시다시피 교대의 교육과정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십년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죠. 아마도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실제 교대, 사대에서 배운 내용들은 학교 현장에서는 거의 도움이 되지않는 이론들입니다. 최근 가장 심각한 문제인 학생과 학부모와의 관계, 생활지도에 대한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대, 사범대의 교수들은 학교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웃기지않나요? 학교에서 담임으로서 어린 학생을 가르쳐본 경험이 없는 교수들이 교사들을 지도한다는 것이......그나마 교육실습을 통해 자신의 교사관과 교직 적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서울교대 교육과정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교사의 권위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것임이 분명합니다. 학령인구도 줄어들 것이 분명합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 학생지도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이 상황을 극복하는 힘은 교사가 되려고 했던 최초의 열정과 마음에서 나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이 남아있다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이 마음으로 교직을 해오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학생이 줄어들고 에듀테크가 발전해도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과 교사와 학생간의 만남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있을 것입니다. 수업과 평가도 빠르게 진화할 겁니다. 생활지도도 마찬가지겠지요.

교대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꼭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고, 가르치는걸 사랑하는지 말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꿈을 하루라도 꾸지 않는다면 교직이 맞지 않는 겁니다.

주어진 50분을 유의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이 교사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교사는 매일 기도합니다. 조금이라도 배움이 일어나고 성장할 수 있는 수업이 되기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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