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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지나친 자기확신은 인간의 욕심일까?

by start-with-y 202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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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질서는, 실은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세상의 질서를 만드는 인간의 힘을 또한 과학이라고 부릅니다.

혼돈을 거부한 남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는 모든 세상엔 질서가 필요하고, 이를 증명하려고 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세상의 존재하는 어류 12000여종 중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질서있게 분류해 놓은 어류만 2500종이 넘습니다. 더우기 샌프란시스코 대지진과 화마로 인해 그때 까지 질서있게 분류해 놓은 자신의 어류들이 모두 불에 타고 엉망이 되었을때 조차, 조던은 다시 물고기 한마리, 한마리를 들어 분류표를 작성했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여기까지는 인간의 신념과 긍정적 확신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려서 부터 별자리나, 식물, 돌 등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습니다. 그에게 무질서한 자연은 신의 계획이 숨겨진 대상이었습니다. 그 대상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야말로 창조주의 생각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는 신의 피조물들을 모아 위계에 따라 잘 분류하면 도덕적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신의 창조물의 제일 꼭대기에는 인간이 있고, 동물과 곤충, 식물, 바위 등을 거쳐 하등한 생물까지 차례로 배열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의 계획을 밝히고자 헤부용 메스를 들이댄 대상은 바로 물고기였습니다.

세상의 질서 그리고 우생학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며 신을 없애버렸지만 그는 자연에 숨겨진 사다리 형태를 발견하여 질서있게 분류한다면 동식물의 지위를 밝히고 신의 계획을 알아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이제까지의 어류학 문헌이 부정확하고 불완전하다며, 북미의 모든 담수어를 발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의 실험실에는 수천 마리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고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져만 갔습니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의 대지진으로 모든 건물이 붕괴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조던이 그동안 질서있게 정리해놓은 물고기들은 유리파편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습니다. 30년간의 작업이 물거품이 된 순간, 조던은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소매를 걷어붙이고 바늘을 꺼내, 물고기의 비늘에 이름표를 찔러넣는 이상한 동작을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움직인 건 자기 기만에 가까운 강한 긍정적 확신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거부나 불행, 모욕도 강한 자기 확신이라는 방패가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첫 아내를 잃었지만 재혼에 성공하고, 물고기 컬렉션을 더 큰 규모로 재구축했으며, 승진을 거듭하고, 수많은 상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오만이라는 약을 복용하며 운명을 바꿔나갔습니다. 그의 지나친 자기 확신은 우생학 집착으로 이어집니다. 우생학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특히 빈민가의 여성들을 말도 안되는 분류로 낙인찍어 불임화시키는데 앞장섰습니다. 그의 눈에는 피부색이 다르거나, IQ가 떨어지거나, 가난한 것은 모두 무질서로 보였을 뿐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작가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통해 무질서한 세계를 질서로 뒤덮으려는 인간의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 탐욕을 고발합니다.

 

지나친 자기확신은 인간의 욕심일까?

책을 읽고나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과연 자기 긍정과 자기 암시는 인간의 욕심에 불과한지 말이죠. 이 글을 쓰는 지금 이순간에도 저는 매일 아침 '날마다 모든 면에서 나아지고있다' '내 자신을 믿고 내 삶을 바꾸자' ' 내안의 벽을 허물고 나아가자' 라며 자기암시를 외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면서 한번도 내가 가진 자기 긍정과 확신이 나와 사회를 속이는 기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그렇게 집요하게 분류하고 질서를 부여했던 2500여종의 어류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분류학자들은 어류란 범주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냈습니다.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조류, 포유류, 양서류는 존재하지만, 어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평생을 바쳐 질서정연하게 이름붙이고 분류해놓은 어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과연 어떤 일을 한 걸까요? 그의 믿음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성장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고기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물고기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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