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학원가에서 2025년 입학생 교육과정 편성표를 분석해준다며 맘까페에서 갑론을박 하나 봅니다. 그런데 학원가도 하나는 알고 둘은 모릅니다. 학기제로 달라져서 기존 교과 수업시수가 줄어든다는걸요. 그리고 반편성과 강의실편성이 복잡하고 때로는 불가능해지기도 한다는 걸요.
25년 입학생부터는 내신이 5등급으로 바뀌면서 변별이 낮아져 일반고는 무조건 1등급을 해야 유리합니다. 그런데 과목수가 5-6개 더 많으면 내신부담이 더 되겠죠? 수행평가와 지필도 많아지니까요. 높아진 수능최저는 언제 준비할 수 있을까요?


B학교
과목 수 비교
우선 맘까페에서 다들 좋다고 말하는 A학교를 보죠.
기존 2015교육과정을 그대로 유지한 교육과정입니다. 국영수와 체육 학교지정, 나머지 선택과목으로 구성됩니다. 과목은 2학년 매학기 9개, 3학년 매학기 10개입니다. 지금과 비슷하죠. 국영수를 지정하다보니 3학년 2학기 수능과목도 아닌 영어와 수학을 전체가 듣습니다. 이른바 상위권 1등급인원확보를 위해서죠. 모든 어머니들이 1등급이 늘어나면 자신의 자녀에게 유리할 것으로 믿습니다만, 누군가는 등급을 깔아주게 되어있습니다. 희생양이 되는거죠. 우리 아이가 아닐꺼라는 생각은 성적나올때 까지는 모르죠. 3학년에 체육빼고 9과목이므로 내신부담이 큽니다. 2028년 대입은 내신과 수능의 변별이 줄어들어 혼합형 전형이 대세가 될 것입니다. 수시에서는 높아진 수능최저가 도입되고, 정시에서는 내신반영이 늘 것입니다. 3학년 2학기도 버릴 수 없습니다. 또 수능도 준비해야하거든요. 과연 A학교가 학생의 진학을 고려했다면 저렇게 3학년 과목수를 늘리지 않았을 겁니다. 교육과정 부장의 눈으로 볼때 교과의 시수배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3학점으로 쪼개어 논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들 비웃는 B학교를 보죠.
국영수과목을 학교지정으로 지정하지않았다고 해서 등급에 불리하다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국영수 수능과목은 모든 학생들이 선택합니다. 학생 과목선택권을 확대하고 강의실 편성을 원활하게 하기위해 운영 시스템을 타임별 이동수업으로 바꾼 것일 뿐입니다. 학기제에 맞는 시스템으로요.
모든 과목이 4학점이라 수업과 평가, 학생 세특활동 진행에 무리가 없습니다.
4학점은 주당 4시간입니다. 학기제라 4시간은 해야 수행평가도 하고, 세특관찰도 하고 지필 진도도 나갈 수 있습니다. 3시간이면 진도빼고 지필고사 2번보기에도 벅찹니다. 체육빼고 3학년은 6과목입니다. 26학점이니 창체 3학점을 더하면 29학점입니다. 6교시 수업을 하니 수능준비에 유리합니다. 과목수가 적으니 1등급따기에도 부담이 A학교보다 덜합니다. B학교야말로 학생진학을 생각한 교육과정입니다.
과목 수가 너무 적지않냐고요? B학교의 경우에도 국영수 수능과목과 진로관련 사회과학 선택과목을 모두 수강할 수 있습니다. 확률과 통계가 2학년 2학기에 있으니 수능 수학준비에 부담이 덜 합니다. 원한다면 공동교육과정으로 심화과목을 수강할 수 있습니다. A학교는 사회과학이나 국영수를 1~2개씩 더 들어야합니다. 그것도 3학점으로 말이죠. 3학점으로 4개를 듣는 거와 4학점으로 3개를 듣는 차이입니다. 2022개정 일반 선택과목의 교과서를 보면 2015와 비교해 그 범위나 분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일본어과목의 경우에도 단원수만 1개 줄었을 뿐, 기존과 별 차이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주당 3시간은 진도외엔 아무것도 못합니다. 3학년에 A학교처럼 3학점 수업이 많고 진도가 빠르면 못 따라온 학생들은 많을테고, 과목 수도 많으니 내신 대비 학원은 잘될 겁니다
반편성, 강의실편성 문제
A학교는 학교지정과목이 있으므로 반편성이 중요합니다. 2학년 선택과목이 4학점 3개와 3학점 1개가 있으므로 공강을 1시간 발생시키지 않으면 학점통일이 안되죠. 아마 이런 교육과정을 짠 것으로봐서는 공강을 만들지 못할 겁니다. 그럼 반은 제2외국어로 편성이 됩니다. 당연히 반분위기가 학생선택에 의해 달라질겁니다. 사귀는 학생, 사이가 좋지않은 학생 등이 같은 반에서 수업받는 경우가 생기며 물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반별 학력격차도 나타납니다. 학기제이므로 1학기 도중에 2학기 선택과목이라도 바꿀라 치면, 반이 달라질 수 있어 불가능합니다. 3선택이라 4개 반이 나올 경우, 동시수업이 발생하고 1, 2학기 반편성이 복잡해집니다. 액셀 프로그램대신 주판을 쓰는 것과 같습니다. 고교학점제 학기제 운영에는 맞지않는 교육과정이죠. 1-2년사이에 A학교와 같은 교육과정은 사라질겁니다. 운영이 비효율적이고 복잡하니까요.
B학교는 대학처럼 타임별 이동수업입니다. 2, 3학년은 사실상 반의 의미가 없습니다. 학생들은 A~G까지 시간에 자신의 선택과목으로 이동해서 수업을 듣습니다.
가령 문학A, 일본어B, 물리학C처럼말이죠. 반특성이 없으니 학생들은 반별 유대감은 덜하지만, 자신의 선택과목 수업에 집중하기 좋습니다. 학생 교육과정이 개별화됩니다. 아시다시피 일반고는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SKY와 의대를 목표로 하는 특목, 자사고와 다릅니다. 미술, 음악, 체육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 전문대를 준비하는 학생, 수시학종, 정시, 또는 군대를 가려는 학생들이 섞여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3학년 국영수에서 모두 학교지정으로 수강하게 하면 1등급 인원이야 늘겠지만, 성취도 분포비율이 제대로 나올지는 의문입니다. 이제 생기부의 표준편차가 사라지면서 성취도별 분포비율이 대학측에 제공됩니다. E 비율이 높다면 아무리 1등급을 받았다해도 대학별 변환점수에서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B학교는 강의실 편성에 문제가 없기때문에 만약 1학기 도중 2학기 과목을 부득이하게 변경해야하는 경우에도 대처가 쉽습니다.
만약 자녀가 의대를 수시로 준비한다고 한다면 어느 학교가 유리할까요?
50과목 내신 1등급을 받고 남는 시간 수능을 준비하는게 쉬울까요?
58과목 내신 1등급을 받고 남는 시간 수능을 준비하는게 쉬울까요? 25년 고1부터는 학기제로 인해 3년간 배우는 과목 수가 적게는 40% 많게는 65%까지 크게 증가합니다. 생기부 세특도 늘어납니다. 이제 학습부담을 생각하지않을 수 없습니다.
2022개정교육과정의 특징은 3가지입니다. 전과목 학기제, 내신 5등급제, 학업성취율 40%미만 미이수제도입니다. 모두 우리 고등학교역사상 처음 시도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패러다임전환이라고 하죠. 교육과정은 운영체제(OS)입니다. 스마트폰도 OS를 제 때 업그레이드하지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속도가 느리다가 결국 멈추죠? 교육과정도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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