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청 평가 연수에서 성취평가제의 추정분할 도입에 대한 연수를 많이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왜 갑자기 내년부터 추정분할 도입을 해야한다고 아우성일까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이미 내신 등급과 함께 성취도 5단계가 표시된지 오랩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성취평가제에서 추정분할을 적용하는 학교가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일반고는 크게 신경쓰지않고 고정분할 점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5년 고1부터는 학업성취율 40%미만이면 미이수가 되어 보충학습을 지도해야합니다. 지금까지는 학업성취율 40% 미만이어도 진급이 되었지만, 이제는 미이수 지도라는 새로운 일이 생긴거죠. 그러다보니 앞다투어 미이수를 줄이기위해 학업성취율 I를 조절하고 싶어합니다. I(Incomplete)는 40%미만인데요. 이걸 15%~20%로 줄이면 그만큼 미이수 학생이 적거나 없어지겠죠.
성취평가제란?

성취수준별 고정분할점수
‘성취평가제’란 상대적 서열에 따라 ‘누가 더 잘했는지’를 평가(규준참조평가, 상대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하였는지’ 를 평가(준거참조평가, 절대평가)하는 제도입니다. 성취평가제에서는 교과목별 성취기준에 도달한 정도에 따라서 학생의 성취수준을 ‘5단계(A-B-C-D-E)’, 또는 ‘3단계(A-B-C)’, ‘이수 여부(P)’로 평가합니다. 2025년 입학하는 고1부터는 I(Incomplete 미이수)단계가 추가됩니다. 물론 5등급 상대평가가 병기되므로 고등학교는 진정한 성취평가제가 아닙니다.
성취수준별 고정분할 방식
고정분할 점수 방식이란 사전에 성취준거를 고려하여 평가도구를 제작한 후, 학생의 성취도를 구분하는 기준 성취율과 시험점수를 1:1로 대응하여 90/80/70/60/40점의 분할점수를 고정 적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A는 학업성취율 90%이상, B는 80%이상, C는 70%이상, D는 60%이상, E는 40%이상 60% 미만이며, 40%미만은 I로서 미이수에 해당합니다. 고정분할은 교사가 따로 손을 댈 필요가 없고, 학생들도 성취수준별 기준점수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90점 넘으면 A이고, 40점만 넘기면 이수인걸 쉽게 알죠.
성취수준별 추정분할 방식

성취수준별 추정분할점수
추정분할 점수 방식이란 평가문항의 내용과 특성을 고려하여 이를 근거로 담당 교사들이 논의를 거쳐 합의를 통해 각 성취준거에 해당하는 적절한 점수를 새롭게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위 표를 보면 성취도 A는 85%이상이고, E는 22%이상인데요. 이처럼 교과교사들이 협의하여 성취수준별 기준점수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학교마다, 교과마다, 학기마다 추정분할 점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추정분할점수 산출 절차
교과 교사들이 학기별 지필고사 문항을 출제하고 나면 아래와 같이 나이스에서 문항 정보표(이원목적 분류표)를 작성합니다. 문항정보표에는 문항별 난이도, 배점, 정답을 입력하게 되는데요.

각 문항별 난이도와 배점, 정답을 입력하고 나서는 마감을 합니다. 만약 고정분할 점수를 사용한다면 여기까지로 모든 문항출제 업무는 끝납니다. 하지만 추정분할 점수를 산출하려면 문항정보표 마감 후, 나이스 왼쪽 메뉴에서 분할점수 탭을 클릭하고 지필평가 추정분할 점수를 산출해야합니다. 먼저 라운드 등록을 클릭하여 1라운드를 등록합니다. 최소 2개 라운드는 만들어서 추정분할 점수를 2차례 입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2개의 추정분할 점수 설정 중 실제 사용할 라운드를 나중에 선택하면 됩니다.

분할점수 탭을 클릭하고 왼쪽 상단의 지필평가 추정분할 산출관리를 클릭하면 문항 정보표(이원목적 분류표)에 입력된 본인 교과의 지필 문항이 난이도 별로 표시됩니다. 쉬움, 보통, 어려움에 해당하는 난이도별 문항의 오른쪽에는 성취기준별로 최소능력자 예상 정답률을 입력하는 칸이 나타납니다. 최소능력자 예상 정답률이란 이 문항의 정답률이 최소 %가 될 것인지 예상하는 것입니다. 가령 쉬운 난이도의 문제일 경우 성취도 A의 학생들의 예상 정답률을 85%로 입력 하고, 어려운 문제일 경우 65% 등으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성취도 E 학생의 경우, 어려운 문제는 예상 정답률을 20%, 쉬운 문제는 40% 등으로 변경하면 됩니다. 이렇게 모든 난이도의 문항에 따른 성취수준별 예상정답률을 입력합니다. 따라서 문항출제 후, 반드시 교과 교사들이 협의해서 문항별 예상 정답률을 상의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수행평가의 경우에는 각 영역별로 성취수준별 추정분할점수를 입력해도 되고, 전체영역을 한꺼번에 입력해도 됩니다.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성취수준별 추정분할 점수를 모두 입력했다면 저장을 누릅니다.

그리고 나서 화면 오른쪽 위의 학기말 추정분할 산출탭을 클릭하면, 미리 입력한 지필고사의 문항별 예상 정답률과 수행평가의 성취수준별 추정분할점수를 토대로 위 화면처럼 지필, 수행평가에 대한 학기말 성취수준별 추정분할 점수가 최종 산출됩니다. 교과교사들이 모여 산출된 추정분할 점수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학교에서는 반드시 평가 시행 이전에 산출된 추정분할 점수를 학생에게 공지해야 합니다. 분할점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교과 담당 교사들이 학기 단위 성취수준 기술 및 각 성취 수준에서의 최소능력 특성을 함께 검토하여 분할점수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추정분할 점수의 문제점

추정분할 점수 도입의 목적은 미이수를 줄이려는 것
추정분할 점수 산출은 지필평가 위주의 평가방식에서 사용하기 편리합니다. 난이도 상, 중, 하별 예상 정답율을 반영하여 임의로 성취수준별 기준점수를 조정할 수 있으니까요. 2025년 고1부터 학업성취율 40% 미만이면 미이수가 되어 최소성취수준 보장 예방, 보충지도를 해야합니다. 따라서 40%미만 즉, 성취수준 I 학생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물론 저처럼 지금도 일본어 일반선택과목을 지필없이 수행평가 100%로 평가하는 경우에는 활용가치가 크지 않습니다. 참고로 저는 올해 1학기 평균 79점, 40점 미만은 단 1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1등급 변별도 가능했고 논술 등의 활동이 많아 교과세특은 500자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위 표를 보면 성취도 E의 기준점수가 22점입니다. 미이수의 기준인 I에 해당하는 점수는 21점 이하입니다. 100점 만점에 22점 이상이면 모두 이수할 수 있게 됩니다. 고정분할 방식에서는 40점이상이어야 이수할 수 있던 것에 비해 미이수 학생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추정분할 점수도 단점이 있습니다. 문항출제에서 문항별 추정분할 점수 산출을 위한 협의가 필요하고 평가전 반드시 사전 공지를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학교의 지필고사 문항은 수시로 수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출제하고도 문항의 오류를 발견하거나 난이도 조절을 위해 문항을 수정할 경우가 빈번한데, 고정분할 점수방식에서는 문항정보표만 수정하면 되었지만 추정분할 점수 방식에서는 문항별 성취수준별 예상 정답율도 수정해야하고, 그렇게 되면 전체 추정분할 점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학생들에게 평가전 추정분할 점수기준을 재공지해야합니다. 교과교사는 물론 연구부의 일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분할점수보다 평가 자체를 개선해야
고정분할과 추정분할 중 뭐가 좋을까, 뭘로 바꿀까가 아니라, 평가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었는데도 1등급 변별을 위해 킬러문항 위주의 수능형 지필평가로 학생들을 줄세우는게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건가요?향후 성취도별 분포비율이 대학측에 제공되면 성적 분포의 불균형도 학생 진학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수행평가는 교사가 주도할 수 있는 평가방법이고 교사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수행평가로도 서,논술은 물론 보고서, 발표, 구술, 실험 등으로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수업의 연장선에서 학생들을 관찰하고 피드백하며 평가의 난이도를 미리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지필평가의 문항오류관련 민원이 늘고 있는걸 잘 생각해야합니다.
수행평가 문항 개발에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한다면 변별력을 갖춘 훌륭한 수행평가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굳이 일제식 지필고사에 의존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수행평가 문항을 만들기 전 평가받는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오랜시간 고민하며 문항을 만듭니다. 난이도는 어떤지? 시간은 적당한지? 범위는 적절한지? 배운 내용을 적절히 평가하고 있는지? 학생의 입장에서 만들어낸 수행평가 유형과 문항이니 지나치게 어렵지 않습니다. 상위권을 변별하면서 학업성취도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평이한 문항도 넣을 수 있습니다. 교과나 사회 트렌드에 맞게 매년 바뀝니다.

논술 수행평가 채점기준(논제 4개, 1300자)
수행평가의 결과물(보고서, 논술문 등)이나 학생 관찰 결과는 교과세특으로 이어집니다. 지필고사는 아무리 훌륭해도 교과세특으로 연계시킬 수 없고 기본점수도 없습니다. 만약 고등학교의 지필고사 배점을 중학교처럼 정수로만 입력하라고 학업성적관리지침이 내려온다면 과연 선생님들이 지필고사를 지금처럼 고집할 수 있을까요? 지필고사의 장점은 단 한가지입니다. 소수점 배점을 활용한 성적 줄세우기의 편리성뿐입니다. 저는 단호하게 지필고사의 교육적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앞으로도 지필고사를 출제할 생각은 없습니다. 수행평가가 더 훌륭하고 교육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건 수행평가로 평가할 수 있다는 교사의 자신감입니다. 25년 입학하는 고1부터는 3년간 55과목 이상을 배웁니다. 이제 사회과학 융합선택 을 제외하고는 모두 5등급 상대평가입니다. 지필을 줄이지 않는 한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엄청날 겁니다. 지필고사운영은 일주일이 필요하고 하루 3-4시간씩 고사를 봐야할 겁니다.

말하기 수행평가 문항은 모두 10개타입으로 구성, 랜덤으로 제시하여 평가
만약 건강이 나빠졌다면 내 몸을 건강하게 바꾸는게 우선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보건복지부에서 내년부터 혈당수치와 체지방률, 콜레스테롤, 혈압 수치의 건강 기준치를 낮췄다고 발표한다면 좋아해야할까요? 나빠진 몸은 달라진게 없으니 건강상태가 개선된 것이 아닙니다. 수치가 유발한 착시일 뿐이죠.
오늘도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고민합니다. 어떤 수행평가를 하면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말이죠. 상상하면 상상 할수록 평가의 질은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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