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어를 공부하다보면 한자 위에 작은 히라가나로 한자의 발음을 표기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일본에서는 '루비'라고 부르는데요. 왜 루비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아시나요?
먼저 간단히 후리가나에 대해 설명하자면, 후리가나(振り仮名)는 일본어 한자 위나 옆에 작게 표기되는 히라가나로, 한자의 읽는 법을 알려주는 표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東京(도쿄)'라는 한자 위에 'とうきょう'라고 작게 표기하는 것이죠. 다른말로 요미가나라고도 합니다. 일본어는 한자의 독음이 다양해서 어려운 한자의 경우에는 후리가나가 없으면 읽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 루비라고 부를까?

루비라는 명칭은 서양의 인쇄 기술이 일본에 도입된 메이지 시대(1868-1912)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서양에서 수입된 인쇄기에서 사용하던 가장 작은 활자 크기가 '5.5포인트'였는데, 이 크기의 활자를 영국에서는 '루비(Ruby)'라고 불렀습니다. 영국의 인쇄업계에서는 특정 크기의 활자들에 보석 이름을 붙이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5포인트의 글자는 펄(Pearl), 5.5포인트의 글자는 루비(Ruby), 4.5포인트의 글자는 다이아몬드(Diamond)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루비' 크기의 활자가 한자 위에 후리가나를 표기하기에 적합했고, 일본의 인쇄업계는 이 작은 활자로 인쇄된 후리가나를 '루비 문자'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활자의 크기를 가리키던 '루비'가 후리가나 자체를 지칭하는 용어로 변화하게 된 것입니다.
한자 위의 작은 보석 루비
오늘날에는 컴퓨터 시대가 되어 활자 인쇄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루비'라는 용어는 디지털 출판과 웹 개발 분야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HTML과 CSS에서는 <ruby> 태그를 사용하여 한자 위에 후리가나를 표시합니다:
<ruby>漢字<rt>かんじ</rt></ruby>
이렇게 마크업하면 '漢字(かんじ)'와 같이 한자 위에 작은 히라가나가 표시됩니다.

루비는 단순히 발음을 표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보석 루비가 아름답고 귀중한 것처럼, 언어 학습과 이해에 있어서 후리가나 루비는 매우 소중한 역할을 합니다. 우선 일본어 초보자나 어린이들이 어려운 한자를 배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같은 한자도 문맥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경우가 많은데, 루비는 정확한 읽기를 안내해주니까요. 또 한자라는 시각적 의미와 발음이라는 청각적 요소를 연결하여 일본어의 이중적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작은 보석 이름에서 비롯된 '루비'는 오늘날 일본어 학습과 출판, 웹 개발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자 위에 반짝이는 작은 문자들이 정말로 보석처럼 빛나며 일본어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물론 일본어 학습에서 가장 큰 고비를 넘기려면 한자라는 벽 또한 극복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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