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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야기

운을 부르는 매장, 돈키호테

by start-with-y 202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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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을 한번 쯤 해본 분들이라면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를 안 가보신 분은 없을 것입니다. 2024년 돈키호테의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첫 1000억엔을 돌파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의 호주머니 덕분입니다. 호실적에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돈키호테는 그야말로 없는게 없는 저가 잡화매장입니다. 일본 유통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돈키호테는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치밀하게 설계된 매장 운영과 독특한 고객 경험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곳입니다.

그 배경에는 창업주 야스다 다카오의 비범한 경영 철학이 존재합니다. 그는 『운의 경영학』이라는 책을 통해 그는 자신의 경영 여정을 돌아보며, 성공의 원천으로 ‘운’을 강조합니다. 야스다 다카오는 ‘운’을 단순한 우연이 아닌, 스스로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운이 좋은 사람들의 특징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그리고 낯선 상황에서 기회를 찾는 눈을 꼽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돈키호테의 경영 전략 전반에도 깊숙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정교한 무질서

 

돈키호테의 매장은 일반적인 소매점과는 다른 진열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제품이 무작위로 쌓여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고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체류 시간을 늘려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정교한 설계가 숨어 있습니다. 야스다는 이를 '보물찾기 쇼핑'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혼돈 속 질서가 고객에게 반복 방문의 동기를 제공합니다고 말합니다. 20여년 전 처음 일본에서 돈키호테를 방문했을 때, TV, 냉장고부터 음식, 의류, 심지어 성인용품까지 없는게 없어서 신기해하며 쇼핑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러고보니 한국 다이소야말로 돈키호테를 제대로 벤치마킹하는 것같습니다. 이미 한국의 10대들은 다이소 쇼핑에 중독되어있으니까요. 다이소도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묘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있는 장소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운의 주체성을 부여하라

 

또한 그는 조직 내에서 ‘운’을 구성원들이 체감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문화를 조성했습니다. 현장 직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실패보다는 시도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간 것입니다.

야스다는 “본사가 현장을 통제하는 구조는 운을 막는 구조”라고 보고, 현장 점장에게 상품 구성, 진열, 가격 책정, 판촉 전략까지 대부분의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그 결과 중 하나로, 한 지방 소도시의 점장이 지역 축제 기간에 맞춰 축제 테마존을 매장 내에 자율적으로 꾸민 사례가 있습니다. 이 점장은 현지 고객의 수요를 반영해 불꽃놀이 용품, 간이 의자, 휴대용 선풍기 등을 대량 진열했고, 지역 전통 음식을 판매하는 코너도 자체적으로 기획했습니다. 이 매장은 큰 주목을 받아, 해당 기간 동안 매출이 3배 이상 상승했고, 고객들이 SNS에 공유하면서 전국적인 홍보 효과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야스다는 “운이란 자율성과 실험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운을 만드는 조직’으로서 돈키호테를 더욱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위기를 운으로 전환하는 힘

야스다는 위기를 운으로 전환하는 힘도 강조합니다. 예컨대 부동산 버블 붕괴 시기에 저렴한 임대료로 대형 점포를 확보하거나, 경기 침체 시기에는 필수 생필품 중심의 상품 전략을 펼쳐 오히려 매출을 증가시켰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고정된 틀을 벗어난 사고와 끊임없는 실험, 그리고 ‘운을 읽는 감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운의 경영학』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넘어, 우리가 일상과 경영에서 ‘운’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룰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야스다 다카오는 운이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고 선택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가 돈키호테를 통해 보여준 다양한 실험과 도전은, 변화무쌍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태도와 직결됩니다. 결국 ‘운의 경영학’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선택과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고, 그 안에서 기회를 발견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운의 경영학'은 충분히 활용할 만 합니다. 다음 '일본을 알면 진로가 보인다4'에서는 돈키호테의 경영전략을 다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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