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사라지는 일본차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며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의 자동차 생산기지가 많습니다. 여타 동남아시아 지역과 마찬가지로 태국도 수십년 째 일본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중국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중국산 전기차의 디자인과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가격마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젊은 유튜버들은 앞다투어 중국 전기차 리뷰영상을 올리며 폭발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과거 도요타나 닛산, 혼다와 같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나 충성도가 적습니다.

중국 전기차업체가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2023년부터 급감한 일본차 판매량
동남아시아에서 그동안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가졌던 일본 자동차 기업의 매출이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의 대표 전기차 브랜드인 BYD(비야디)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2023년부터입니다. BYD는 태국에 첫 해외 공장을 건설하며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내연차에 미련없는 중국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하면 전기차 판매량 세계 1위에 해당하는 BYD
중국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이유는 내연차에 대한 미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텝바이 스텝이라는 아날로그 시대의 방식은 중국 전기차 기업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을 기회로 기존 내연차 시장을 파괴하려고 작정하고 있습니다. 내연차에서는 실패했지만, 전기차에서는 두번다시 실패하지않으려고 합니다. 마치 스마트폰을 뚝딱 만들듯이 전기차를 양산하고, 자율주행기능까지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유치하며 전기차 기술개발과 시장확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이 전기차에서 뒤쳐진 이유
BYD는 미국의 전기차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중국의 대표 기업입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하면 전기차 판매량에서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입니다. 14억 중국시장에서 갈고 닦은 제품 개발력을 무기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2023년 태국에서는 약 7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되었는데, 2022년 약 1만대가 팔린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량입니다. 태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과 감세조치도 이러한 전기차 수요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2035년 태국 자동차 시장 예측을 보면 전기차 수요가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
그동안 90% 가까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졌던 일본 자동차 기업은 왜 전기차 개발을 서두르지 못한 걸까요? 그 이유는 아날로그 시대의 성공체험에 안주하다보니 디지털, 즉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스텝 바이 스텝, 즉 차근 차근 단계적인 성공을 확인하고 진행해가는게 유리했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기술발전의 속도가 빨라 남보다 앞서 신기술을 선도하는게 중요합니다. 중국은 아날로그 시대, 즉 내연자동차의 성공신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 전기자동차를 기회라고 생각하여 제품 개발을 서둘렀습니다. 여기엔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었습니다. 또 과거 일본 자동차 기업의 성공에는 창업자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들의 빠르고 과감한 결단력이 사업의 성운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 자동차 기업의 경영자는 창업자가 아니라 내부 승진을 통해 최고 경영자에 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들에게는 창업정신이 없고, 빠른 정책 결정과 판단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중국전기차는 기존 내연자동차 시장을 파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는 한국 자동차 기업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기차 캐즘은 기회인가? 위기인가?

현재 전기 자동차 시장은 캐즘(chasm)을 맞이한 상태입니다. 캐즘(chasm)이란 원래 지리학적으로 지각변동에 의해서 생기는 균열로 인한 단절(구렁, 틈)을 의미합니다. 1991년 미국의 마케팅 컨설턴트 제프리 A. 무어는 첨단 기술제품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캐즘으로 설명했습니다. 급속히 증가하던 세계각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최근 주춤하고 있는 캐즘 상태입니다. 세계 전기차 판매기업 10위안에 중국기업이 절반입니다. 일본 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내연기관 판매 1위인 도요타도 20위권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와 혼다, 닛산은 과연 이 시기를 기회로 전기차 기술개발에 성공하여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한국의 자동차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스마트 서먼 기능으로 주차된 테슬라를 자신의 위치로 부를 수 있다. 출처:모카 김한용
테슬라는 이미 작년 운전대가 없는 로보택시 시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 FSD는 신호와 차선, 주변 사물을 비전으로만 인식하고 스스로 주행합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주차장에서 테슬라 자동차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낼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혁명을 앞두고 기존의 내연차 기업들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아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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