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가 MD(미니 디스크)의 생산을 중단한다는 뉴스를 발표했습니다. MD, 아마 200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나 알파세대들은 모르는 용어일겁니다. 또 CD를 사용한 30대이상이라고 해도 한국에서는 생소한 용어일 수도 있어요. MD는 바로 미니 디스크(Mini Disk)의 줄임말입니다.
아무로 나미에 그리고 MD

서랍 속 깊은 곳에서 찾아낸 90년대의 일본 MD
제가 MD를 알게 된 건, 일본에 유학간 친구덕분이었습니다. 1998년 쯤인가 고등학교 친구가 일본대학에 1년간 교환학생으로 유학했어요. 저는 그 친구에게 편지나 소포로 필요한 물건을 보냈고, 그 친구도 답례로 일본소식과 선물을 보내주곤했습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SNS 앱만 열면 전세계 누구와도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당시만해도 핸드폰은 문자와 전화위주로 사용했고, 사람들이 인터넷 이메일을 막 사용하기 시작한 때입니다. 친구와 전화할 때는 공중전화에서 저녁마다 5~6000원을 넣고 이야기한 기억도 납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SES가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한국 최고의 여자 아이돌로서 일본에도 진출해서 음반을 준비중이었어요. 그래서 전 친구에게 SES의 신곡 CD를 들으면서 유학생활 잘하라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저에게 편지와 소포를 보내줬는데, 소포안에 MD가 여러장 들어있었어요. CD보다 작은 케이스에 곡도 3~4곡정도 들어있어서 상당히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가 보내준 MD는 아무로나미에, 우타다 히카루, 키로로, 미스터 칠드런 등의 음반이었습니다. 친구 덕분에 당시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들의 음반을 접하게 되며 일본어를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수백번을 들었던 아무로 노래
특히 최고의 여성디바였던 아무로 나미에의 음악에 깊이 빠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말 노래가 좋았거든요. 아메리칸 팝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음악의 완성도와 스케일이 상당히 넓었어요. 왜 아무로 신드롬이 일어났는지, 그녀의 음악을 들어보면 이해가 갑니다. 아무로 음악을 들으며 일본어에 흠뻑 빠졌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기록에서 스트리밍으로

사실 CD나 MD 모두 사람들의 관심밖에 나기시작한건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애플의 IPOD때문입니다. IPOD은 듣고 싶은 음악을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해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기기입니다. 기존에는 듣고 싶은 음악을 CD나 MD에 기록, 저장해서 가지고 다니곤 했죠. 그래서 CD나 MD를 플레이할 수 있는 플레이어, 즉 워크맨이 필요했습니다. 4~50대 이상 분들이라면 학창시벌 소니 워크맨, 시디플레이어 하나 쯤은 다 가지고 계셨을 겁니다. IPOD이 유행하면서 실물 음반을 가지고 다닐필요없이 화일로 다운로드 재생이 가능해진거죠. 휴대하기 가볍고, 듣고 싶은 음악을 얼마든지 재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록보다는 재생, 스트리밍으로 음악산업의 구조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카세트 테이프나 CD, MD 모두 아날로그 방식의 전자기기입니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아이와, 샤프 등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아날로그 전자회사의 이름은 아직도 제 뇌리에 선명합니다. 제조업 강국 일본을 견인하던 브랜드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의 자동차 회사외에는 딱히 제조업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기업들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IT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기업 일색일 뿐, 일본은 거의 명함도 못 내밀고 있으니까요. 물론 우리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일본에서 아직도 MD를 생산하고 있었다는 것과 수요가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을 보니 아이돌 그룹의 CD와 DVD를 굿즈로 판매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딸도 스트레이키즈나 아이브, 세븐틴의 CD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자주 듣지는 않습니다. CD플레이어가 집에 딱 1대밖에 없기 때문이죠.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아날로그 굿즈로 판매하는 엔터기업의 상술에 두 손을 들게 됩니다. CD음반을 사고 안의 포카(포토카드)만 남기고 CD를 버려버리는 일도 비일비재라고 합니다. 헤에세이 레트로라 불리는 MD문화가 일본에서는 과연 어떻게 재탄생할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저는 평생 저 MD들을 소장해야겠습니다. 저에겐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일본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남아시아에서 사라지는 일본차, 그 이유는? (0) | 2025.03.22 |
---|---|
일본어 수업 첫시간 무조건 성공하는 비법!! (1) | 2025.03.22 |
비대칭에서 대칭으로 변화하는 한일관계 (1) | 2024.11.26 |
돌봄을 짊어진 아동, 영 케어러를 아시나요? (4) | 2024.11.24 |
엄청나게 가깝지만 의외로 낯선, 일본 (1) | 2024.11.24 |